물안경을 쓰고 수영하다 보면 처음에는 또렷했던 시야가 어느 순간 뿌옇게 변하는 일이 있습니다. 레인을 따라가야 하는데 앞이 흐려지면 괜히 고개를 들거나 물안경을 만지게 되고, 운동 흐름도 끊기기 쉽습니다. 특히 수영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큼 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안경의 김 서림은 단순히 물안경이 오래돼서 생기는 현상만은 아닙니다. 렌즈 안쪽의 온도 차이와 수증기, 피부의 유분이나 화장품 잔여물, 그리고 물안경 안쪽에 적용된 습기방지 코팅의 상태까지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줍니다. 몇 가지 기본적인 관리 방법만 알아둬도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물안경에 김이 서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수영할 때 물안경 안쪽은 얼굴과 눈 주변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에 노출됩니다. 반면 렌즈 바깥쪽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과 접하게 되면서 온도 차이가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수증기가 렌즈 안쪽에 작은 물방울 형태로 맺히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김 서림이 발생합니다. 운동 강도가 높아질수록 얼굴에서 발생하는 열과 수분도 늘어나 김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판매되는 수영용 물안경은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 렌즈 안쪽에 김 서림 방지 코팅을 적용한 제품이 많습니다. 이 코팅은 물방울이 작은 알갱이처럼 맺히는 대신 렌즈 표면에 얇고 균일한 물막을 만들도록 해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새 물안경인데도 처음부터 안쪽을 거칠게 닦거나 잘못 관리하면 방지 기능이 빨리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영하기 전에 물안경 안쪽을 물로 적셔보자
의외로 간단하지만 기본적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수영하기 직전에 물안경 렌즈 안쪽을 깨끗한 물로 충분히 적셔주는 것입니다. 김 서림 방지 코팅은 렌즈가 적당히 젖어 있을 때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마른 상태로 바로 착용하는 것보다 물로 적신 뒤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품에 따라 물에 담갔다가 착용하거나 렌즈 안쪽을 물로 헹구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영 중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면 물안경을 벗어서 휴지나 수건으로 안쪽을 닦기보다 물로 다시 적셔보는 방법이 먼저입니다. 다만 모든 물안경의 코팅이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품 설명서에서 안내하는 관리법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일부 내구성이 강화된 특수 코팅 제품은 제조사가 특정 방식의 안쪽 접촉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물안경은 렌즈 안쪽을 만지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김 서림 방지액은 언제 사용하는 게 좋을까
물로 적셔 사용하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거나 오래 사용한 물안경에서 김 서림이 자주 발생한다면 수영용 김 서림 방지액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용 제품은 렌즈 안쪽에 얇은 막을 형성해 물방울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제품마다 사용법이 다르기 때문에 뿌린 뒤 바로 착용하는 제품인지, 일정 시간 둔 뒤 헹궈야 하는 제품인지 설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집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침이나 샴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물안경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특히 이미 김 서림 방지 코팅이 적용된 렌즈라면 제조사가 권장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코팅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 물안경이라면 우선 기존 코팅을 최대한 보존하고, 김 서림이 심해진 뒤에는 해당 제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방지액을 선택하는 편이 관리하기 편합니다.

물안경 안쪽을 닦는 습관이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수영하다가 렌즈 안쪽에 김이 생기면 손가락이나 수건으로 슥 닦고 싶은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김 서림 방지 코팅은 마찰에 의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안쪽을 반복해서 문지르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조사들도 물안경을 세척할 때 렌즈 안쪽을 손가락이나 천으로 닦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렌즈 안쪽에 선크림이나 피부의 유분 등이 묻었다고 거친 수건이나 휴지로 힘을 주어 닦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물안경을 사용한 뒤에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 물기를 털어내고 그늘에서 자연스럽게 말리는 방법이 권장됩니다. 바깥쪽에 남은 물은 부드러운 천으로 가볍게 닦을 수 있지만, 안쪽은 제품의 코팅 상태를 고려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선명하게 쓰려면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수영이 끝난 뒤 물안경을 젖은 수영복이나 수건과 함께 가방 안에 그대로 넣어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수영장 물에 포함된 염소나 바닷물, 선크림과 화장품 등의 잔여물이 물안경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 후에는 깨끗한 물로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헹군 뒤에는 물기를 털어내고 통풍이 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다음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면 렌즈의 긁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보관 장소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여름철 자동차 내부처럼 온도가 크게 올라가는 곳이나 직사광선이 강한 장소에 물안경을 장시간 두면 렌즈와 김 서림 방지 코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미 물안경이 충분히 젖은 상태에서 김 서림이 심하고, 깨끗한 물로 관리해도 계속 시야가 흐려진다면 코팅이 사용하면서 점차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때는 계속 안쪽을 문지르기보다 물안경용 김 서림 방지 제품을 사용하거나 교체 시기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